창간위원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한 모든 분들.
오늘 우리는 하나의 매체를 준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이 아니다.
우리는 빼앗긴 광장을 되찾기 위해, 사라져가는 진보의 언어를 다시 세우기 위해,
그리고 이 고장 난 체제에 맞서는 공론장을 다시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오늘의 한국 사회는 명백한 위기의 시대, 전환의 시대에 있다.
불평등은 일상이 되었고, 노동은 점점 더 불안정해졌으며,
주거·돌봄·의료·교육은 시장의 논리에 맡겨진 채 공공성을 잃어가고 있다.
기후 위기는 이미 현실의 재난이 되었고, 세계 곳곳의 전쟁과 갈등은 우리의 삶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 위기는 단지 경제나 정치의 문제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위기는 여론의 위기, 이데올로기의 위기다.
우리의 일상을 파괴하는 구조적 문제들은 제대로 설명되지 못한 채,
분노와 불안은 혐오와 배제의 언어로 왜곡되어 흘러가고 있다.
광장은 더 이상 토론과 연대의 공간이 아니라, 자본의 알고리즘이 증폭시킨 자극과 대립의 장이 되었다.
이 공백을 파고든 것은 신자유주의와 극우·보수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대중의 분노를 선점했고, 책임을 구조가 아니라 약자와 타자에게 돌리는 언어를 퍼뜨렸다.
반면 진보 진영은 너무 오랫동안 성명과 논평, 정책 문건에 머물렀다.
옳은 말을 했지만, 대중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 결과 우리는 광장을 잃었다.
민중언론은 바로 이 지점에서 다시 질문을 던진다.
민중언론은 여전히 필요한가.
그렇다면 어떤 언론이어야 하는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새 민중언론은 과거의 그것이 아니다.
단순히 주류 언론이 다루지 않는 사건을 보도하는 데 머물지도 않는다.
새 민중언론은 왜 우리의 삶이 이렇게 불안정해졌는지, 이 체제는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를 끈질기게 묻는 치열한 이데올로기의 광장이 되고자 한다.
이 언론은 사실을 전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사실을 해석하고 전망을 조직하는 언론이 되고자 한다.
노동자의 죽음이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구조의 결과임을,
주거 불안이 선택의 실패가 아니라 시장화된 제도의 폭력임을,
기후 재난이 자연의 변덕이 아니라 체제의 귀결임을
간결한 민중의 언어로 반복해서 설명하는 언론이 되고자 한다.
또한 새 민중언론은 소수의 전문가나 특정 조직의 언론이 아니다.
노동자,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청년과 노년,
그리고 이름 없이 살아가는 수많은 민중이 함께
말하고, 쓰고, 만들며, 퍼뜨리는 공동의 언론이다.
이는 발언권의 확대이자, 민주주의를 일상의 과정으로 되돌리는 실천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주의는 몇 년에 한 번 투표하는 권리에 머물지 않는다.
나의 삶과 우리의 세계를 함께 해석하고, 함께 결정하며, 함께 바꾸어 가는 과정이다.
새 민중언론은 광장에서 분출했던 이 민주주의의 열망을 일상의 소통 공간으로 이어가고자 한다.
또한 우리는 이 싸움이 국경을 넘는 싸움임을 알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는 세계적으로 조직되어 있고, 그에 맞선 저항과 대안 역시 서로 연결될 때 힘을 갖는다.
새 민중언론은 한국 사회의 경험을 세계와 나누고,
세계의 투쟁과 사유를 다시 우리의 언어로 가져오는 창구가 되고자 한다.
시민 여러분 그리고 창간 위원 여러분.
새 민중언론의 창간은 하나의 사업이 아니다.
이것은 선택이며, 결단이다.
빼앗긴 광장을 다시 세우겠다는 선택, 왜곡된 여론 구조에 맞서겠다는 결단이다.
이는 또 하나의 매체를 추가하는 일이 아니라, 체제전환을 향한 공공의,
모두의 인프라를 다시 짓는 일이다.
이 제안은 완성된 계획이 아니다.
오히려 오늘 이 자리에서 시작되는 약속에 가깝다.
새로운 민중언론은 함께 기획하고, 함께 만들며, 함께 책임지는 과정 속에서만 살아 움직일 수 있다.
오늘 우리는 다시 시작한다.
빼앗긴 광장을 되찾기 위해, 사라진 진보의 언어를 되살리기 위해,
|그리고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일상의 언어로 만들어 가기 위해.
이 길에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하기를 호소한다.
2026년 1월 31일
새 민중언론 창간위원 일동
"체제를 리부트할, 민중언론 리부트" 캠페인에
마음을 보태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와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위 글은 1월 31일 새 민중언론 1차 창간 대회에서 토론할 '새 민중언론 창간 제안문' 초안입니다.
민중언론 리부트 준비위원회는 창간 대회에 앞서 이 초안을 창간 위원과
리부트 캠페인에 함께하는 분들께 공유드리고 의견을 구하고자 합니다.
보내주신 의견과 1차 창간 대회에서 토론을 바탕으로 확정될 창간 제안문을 통해 이후
새 민중언론을 함께 구현할 고민과 바람을 더 너르게 모아가려고 합니다.
초안에 대한 의견은 위 버튼을 눌러 들어갈 수 있는 구글 문서에
'댓글' 기능을 통해 직접 남겨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